티스토리 뷰
불교 철학에서는 여러 가지 개념과 이론들이 있는데, 그중 많은 분들께서 관심 있어하시는 분야가 연기설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연기설의 의의, 특성 등을 알기 쉽게 핵심만 정리해 보았으니 관심 있는 분들의 정독 바랍니다.
1.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설 의의 및 인과설과의 비교
붓다 석가모니는 사물의 본성에 대한 탐구 과정에서 인과 과정의 통일성을 발견하였다. 이것을 연기의 법칙이라 하는데, 붓다 석가모니는 이 법칙을 깨달음으로써 모든 번뇌를 끊고 자유를 얻었다고 하였다. 이 연기의 법칙을 당시의 여러 가지 인과설과 비교해 보겠다. (혹시 철학의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먼저 확인하려면 아래 바로가기를 참고하시라.)
당시의 존재하던 여러 가지 인과론은 크게 아래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다양한 인과론 중 하나인 자기 원인설은 실체론자들이 주장한 것이다. 그들은 만물에 내재해 있는 자아라는 실체를 인정하고, 인과 관계는 이 자아의 활동으로 말미암는다고 생각하였다.
② 외부 원인설은 자연주의자들이 주장한 것이다. 그들은 실체론자들의 관념적 형이상학에 대한 반발로서 현상계의 인과 작용이 만물을 지배하는 물질적 원리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 원리는 현상게에 내재해 있기 때문에 내재적 본성이라 하였다.
③ 나기 원인과 외부 원인의 결합설 자기 원인과 외부 원인의 결합설은 자이나교도들이 주장하였다. 그들은 앞의 두 이론의 형이상학적 전제들을 모두 받아들여 종합하고자 하였다.
불교의 연기설은 자연주의자들의 내재적 본성이라는 이론에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아래의 두 가지 중요한 면에서 인과론과 일치하지 않는다.
① 불교의 연기설은 자연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물질적인 인과 관계에 한정되지 않으며, 심리적, 도덕적, 사회적, 정신적 영역에서도 인정된다.
② 자연주의자들은 내재적 본성이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어떠한 것도 현상계의 전개 양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믿는데 반하여, 불교의 연기설은 조건성을 강조한다.
2. 연기설의 주요 특성
연기설의 주요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첫 번째로 연기설은 객관성 연기의 법칙이 객관적으로 실재함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붓다 석가모니는 이 법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어느 누가 만든 것도 아니다.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든지 나타나지 않든지 관계없이 연기의 법칙은 영원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2) 두 번째는 필연성으로 연기의 법칙이 작용하는 데에는 어떠한 예외도 없음을 뜻한다.
(3) 세 번째는 불변성은 연기의 법칙의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네 번째인 조건성은 인과의 과정이 하나의 원인으로부터 하나의 결과가 산출되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그것을 둘러싼 조건들의 작용에 의하여 결과가 산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과적 결정론과 우연론의 두 극단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건성은 연기와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붓다 석가모니는 위 특징들을 기반으로 하여 연기의 법칙을 다음과 같이 정형화하였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도 사라진다.
이것이 영원불변의 자아를 상정하는 실체론자들의 상주론과 존재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비실체론자들의 단멸론을 극복하면서 붓다 석가모니가 제시한 답이었다. 올바른 통찰을 통하여 세상 사물의 일어남을 지각하는 사람에게는 단멸에 대한 믿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올바른 통찰을 통하여 세상 사물의 사라짐을 지각하는 사람에게는 상주에 대한 믿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기법이 적용되는 예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인 팔정도에 대해서는 아래 바로가기를 참고하시면 된다.)
3. 연기의 법칙 12단계
연기법이 적용되는 가장 좋은 예는 인간의 생사를 설명하는 십이 연기이다.
붓다 석가모니 이전의 사상가들은, 한편으로는 자아라고 하는 불변의 실체를 상정하여 인생을 설명하는 데 익숙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아를 부정함으로써 마침내 인생의 연속상까지 부정하는 데에까지 이르기도 하였다. 이에 더하여 세계의 변화와 인생의 과정까지 모두 지배하는 전능의 존재가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었다.
붓다 석가모니는 자신이 찬성할 수 없는 이러한 이론들에 의존하지 않으며, 연기법에 근거한 12단계의 설명 방식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무명으로 인하여 행이 있고, 행으로 말미암아 식이 있다. 식으로 말미암아 명색이 있고, 명색으로 말미암아 육체가 있다. 육체로 말미암아 촉이 있고, 촉으로 말미암아 수가 있다. 수로 말미암아 애가 있고, 애로 말미암아 취가 있다. 취로 말미암아 유가 있으며, 유로 말미암아 생기 있다. 생으로 말미암아 노사, 근심, 고통, 번뇌가 있다.
이러한 십이 연기는 무명으로부터 시작하여, 노사, 번뇌에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시작과 끝이 따로 있지 않다. 무명을 제거하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인생을 계속 순환되어 전개된다. 무명을 제거하였을 때에 비로소 깨달음에 이르게 되고 괴로움이 그치게 된다. 무명은 진리, 곧 연기의 법칙에 대한 무지를 뜻한다. 행은 경향성이다. 식은 의식으로서 새로운 심리적, 육체적 인간의 본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그런데 이 식은 경향성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죽은 다음의 삶을 결정하는 데 경향성에 의하여 수행된 부분들이 강조된다. 따라서 경향성은 어떤 개인의 삶이나 재생뿐 아니라, 행동의 본성을 설명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재생의 과정은 식과 명색의 두 요인을 결합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여기에서 명색은 모태 안에 자리 잡은 태아이고, 그것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이때 전생으로부터 살아남은 의식이 이 새로운 존재에 들어가게 되고, 이에 따라 전생의 존재와 재생하는 존재 사이의 연속성이 확보된다. 따라서 식 속에 남아 있는 경향성이 새로운 존재의 본성을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태어날 때, 만일 그의 감각이 손상되지 않았다면, 그것들은 작용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하여 새로운 인간성을 형성하는데 도구가 되는 새로운 인상들을 받아들인다. 이것이 명색과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의 관계이다. 여섯 가지 감각 기관으로 인하여 접촉이 일어나며, 접촉을 즐겁고 괴롭고 중립적인 감각으로 이끈다. 이 감각으로부터 감각적인 즐거움을 향한 욕망,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 존재하지 않고자 하는 욕망의 세 가지 탐욕이 일어난다. 탐욕은 집착으로 이끌며, 집착의 결과 또 다른 삶의 과정이 시작된다. 따라서 이 단계는 하나의 삶이 끝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을 나타낸다. 여기에서는 식과 명색이 다시 작동하며, 마찬가지로 취와 유도 작동한다. 태어남은 유의 결과이며, 모든 괴로움의 원인으로 간주된다. 재생은 괴로움의 원인이며 반드시 늙음과 죽음을 가져오므로, 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불교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재생을 그치게 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십이 연기에 의하며, 그것은 집착의 제거로 가능하며, 집착의 제거는 무명의 제거로 가능하다. 무명은 진리에 대한 무지이다. 따라서 불교의 궁극적 경지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통하여 성취할 수 있다.
★ 철학 관련 블로그 다른 글 읽어보기★
▶ ④ '스승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않은 플라톤' 바로가기
'철학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이상학과 존재론 (0) | 2024.02.25 |
---|---|
불교철학 팔정도 뜻 (0) | 2024.02.25 |
불교 원효 화쟁사상 핵심요약 (0) | 2024.02.24 |
불교 선종의 역사 수행법 (0) | 2024.02.24 |
지눌 돈오점수 요약 (0) | 2024.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