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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선종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종의 역사와 수행법에 대한 자료가 드물어서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핵심적으로 정리해 보았으니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1. 선종의 역사
선종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기원을 전후한 시기에 중국에 들어온 인도의 불교는 4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국 사상계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이후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한 불교는 5세기 초 구마라습의 불경 번역에 힘입어 대승 불교 철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종파를 탄생시켰다. 그리하여 천태종, 화엄종과 같이 중국적인 학문적 이론 체계를 완성한 종파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한편으로는 아미타불을 염불함으로써 내세에 극락 왕생하기를 기원하는 정토종과 자기 수행을 통하여 현생에서 부처가 되고자 하는 선종과 같이 이론적인 탐구보다는 실천을 중요시하는 종파도 나타났다.
종파로서의 선불교는 그 기원이 분명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믿어오기로는 520년 무렵 보리달마라는 인도승려가 중국에 와서 부처 석가모니로부터 27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진리를 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선불교는 인도 불교에서는 그 원형을 찾을 수 없는, 순수한 중국적 불교 전통이라는 것이 근래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7대의 인도 조사들이 확정된 것은 10세기의 일이다. 따라서, 보리달마는 역사적 인물이라기보다는 선종의 권위를 확립하고자 고안해 낸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새로운 종파로 등장한 선종으로서는 기성 종단의 견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인조적 근원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2. 선종의 독특한 수행법
선종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경전과 이론을 중시하는 교종과 달리 파격적인 수행법이 특징이다.
조직된 운동으로서 선종이 분명하게 나타난 것은 7세기 무렵이다. 이 시기에 이르러 선종은 혜능(638~713)과 신수(?~706)를 중심으로 하여 남종과 북종의 두 파로 나뉠 만큼 세력을 지니게 되었다. 북종이 번뇌를 없애기 위한 근면한 수행을 통해 성불을 주장하는데 반하여, 남종은 존재의 본질인 불성을 깨달음으로써 곧바로 성불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분열 초기에는 북종이 우세하셨으나, 결국은 남종이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8세기에 이르러 남종은 마조도일(709~788)과 석두희천(700~790)이라는 두 선사에 의하여 논리를 뛰어넘는 선문답의 방법을 수립하였다.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하여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거나, 몽둥이로 때리고, 코를 잡아 비트는 등의 다양한 수행법이 개발되었다. 또한 선사들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오가 칠종으로 나누어졌다.
3. 선종의 종지
선종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기본전제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선종의 종지는 매우 단순하다. 선종은 모든 중생들에 불성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는 대승 불교의 불성론을 이론적인 바탕으로 한다. 불성은 완전한 부처의 성품이다. 따라서, 불성이 중생들에게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않음을 뜻한다. 그런데 왜 중생들은 자신이 부처임을 모르고 중생으로 살고 있는가? 그것은 자신 속에 불성이 갖추어져 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처와 중생의 차이는 존재론적인 것이 아니라 인식론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중생이 부처가 되는 방법 또한 인식론적인 것이다. 그것은 자신 속에 갖추어져 있는 불성에 대한 인식이다. 선종에서는 이를 일러 자신의 성품을 보아 부처가 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참선을 통하여 자신의 마음을 곧바로 깨달아 들어감으로써 가능하다.
여기에서 보듯이 자신의 본성, 곧 불성을 깨달아 부처가 되는 데에는 직접적인 실천이 필요할 뿐, 복잡한 이론적인 탐구에 의존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선종의 승려들은 언어가 진리를 왜곡시키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종에서는 언어를 통하여 자신들의 이론을 체계화하여 저서로 남기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언어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인도 불교의 언어관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중국 전통의 도가 사상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도가에서는 뜻을 얻으면 언어는 버려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선종이 언어를 대하는 태도가 바로 그러하다. 선종을 중국 고유의 종파로 간주하는 데에는 이처럼 중국 전통 사상의 영향이 강하게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깨달음을 통한 해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선종은 역시 불교의 한 종파일 수밖에 없다. 중국 전통 사상에는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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