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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도 가장 많이 읽히고 활용되는 철학자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현대인들이 철학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보아도 과장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철학이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었는가? 그 또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가 이러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미셀 푸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재에도 가장 많이 읽히고 활용되는 철학자이며, 현재까지도 그의 분석은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을 기술하는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그는 1984년 사망하기 전까지, 여러 편의 주옥같은 저서를 남겼다. 필자는 그가 남긴 저서 중 '감시와 처벌'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감시와 처벌은 1975년에 출간되었으며, 미셀 푸코의 철학적 작업을 시기적으로 구분한다면 중반기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미셀 푸코는 주체와 권력의 문제에 대해 일생을 바친 철학자이며, 주체와 권력의 관계를 가장 구체적으로 그려낸 저서가 바로 감시와 처벌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권력에 관한 일반적 이론이라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고, 권력과 지식의 공모 관계를 드러내며 그것이 주체의 형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과정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 인간의 신체이며, 권력이 신체에 침투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기술한 작품이 바로 감시와 처벌이다. 이 작품 덕분에 푸코는 현재에도 가장 많이 읽히고 활용되는 철학자가 되었다.
권력을 운영 방식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푸코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19세기 전후의 유럽 형벌 체계의 변화를 예로 들고, 권력을 운영 방식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당시 죄수의 처벌 방식에서 중대한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에 따르면 이 시기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죄수의 신체를 잔인하게 다루는 형벌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죄수를 감금하는 감옥이 형벌의 보편적 제도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당시 이론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인간 이성의 진보 같은 휴머니즘 관점으로 해석했지만, 푸코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같은 변화를 설명한다. 그가 보기에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인간 이성의 진보가 아니라 권력의 운영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처럼 잔인한 형벌을 시행하는 것으로는 권력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푸코는 죄수에게 가해진 잔인한 형벌이 감옥과 같은 감금으로 변화된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를 포착하는데, 그것은 바로 감옥 내에서 죄수의 신체를 중심으로 행해진 다양한 교정기술이었다. 감옥 안의 죄수들은 정해진 일과 속에서 모든 행동을 통제받으며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훈련을 반복한다. 감옥을 운영하는 권력은 이 같은 교정기술을 바탕으로 죄수들을 통제하고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죄수를 처벌하는 목적은 복수가 아니라, 죄수를 교정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푸코는 이러한 변화가 감옥뿐만 아니라 군대, 학교, 공장 등 사회 전역으로 확산되었다고 말하며, 권력을 운영방식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중대한 원리를 발견
푸코는 이 같은 변화를 탐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중대한 원리를 발견한다. 필자가 앞서 기술한 것처럼 푸코는 형벌 체계의 변화 속에서 신체를 중심으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감옥에서 죄수의 신체는 다양한 교정기술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복종하는 신체로 탈바꿈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푸코는 '규율'이라는 중요한 권력의 메커니즘을 발견한다. 죄수는 자신의 신체에 침투하는 권력과 기술의 복합체에 철저하게 순응하지만, 동시에 사회가 원하는 유용한 주체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푸코는 권력의 이 같은 메커니즘을 '규율'이라고 명명했으며, 이것을 근대 권력의 본질적인 특징이자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중대한 원리라고 보았다. 이 같은 현상은 감옥뿐만 아니라 학교, 군대,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 하에 고된 노동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근로체계에 철저하게 순응할수록 승진이나 급여 인상 등의 보상을 받게 된다. 따라서 푸코는 권력을 좋거나 나쁜 것으로 보지 않았고, 항상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이해했다. 푸코의 이 같은 관점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에도 근로자들은 회사에 불만이 많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근로자가 회사에 자발적으로 입사한다. 회사에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회사의 질서에 잘 따르고 순응하는 노동자는 빠르게 승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회사와 고용주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현실과 동떨어질 확률이 많을 것이다. 푸코가 그의 저서인 감시와 처벌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즉, 우리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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