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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철학의 포문을 연 철학자
근대 철학의 포문을 연 철학자는 프랜시스 베이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토아학파를 비롯한 고대 철학의 방법론과 결과물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그는 과거의 철학이 추구했던 방법론은 그릇된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성취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고대 철학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고대 철학이 지식에 도달하기 위해 추구했던 수단이 인간의 지성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컨은 지식에 도달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과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그가 보기에 고대 그리스 철학의 결과물인 삼단논법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과학의 발전과 무관하며, 오류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됐다. 베이컨은 지식에 도달하는 새로운 방법과 도구를 제시하기 전에, 우리를 잘못된 지식으로 이끄는 편견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가 참된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편견과 선입견을 '우상(idola)'이라 명명했고, 네 가지 종류의 우상이 있다고 주장하며 근대 철학의 포문을 연 철학자가 되었다. 베이컨이 말하는 네 가지 종류의 우상은 무엇일까?
네 가지 종류의 우상
베이컨이 말한 네 가지 종류의 우상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종족의 우상'이다. 종족의 우상은 모든 현상을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선입견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고양이가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고양이가 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고양이가 왜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은 인간의 지성으로 바라본 현상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동굴의 우상'으로, 개개인의 성향이나 습관에서 기인하는 편견이다. 우리는 종종 같은 현상을 경험하면서도 각자의 관점과 생각이 매우 다른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세 번째는 '시장의 우상'이며, 귀신이나 천사처럼 존재하지 않는 언어와 단어의 사용으로 발생되는 선입견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극장의 우상'으로 잘못된 이론이나 그럴듯한 철학을 맹신하는데서 비롯되는 선입견이다. 베이컨은 이상과 같은 네 가지 종류의 우상에서 우리의 지성이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삼단논법은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결과를 산출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삼단논법은 이미 발견한 문제들에 대한 되풀이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삼단논법을 이루는 명제들이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어는 관념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관념에 오류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삼단논법은 절대로 완벽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 철학적 방법론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베이컨은 어떠한 방법을 통해 우리가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을까?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귀납
베이컨은 우리가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귀납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귀납은 경험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례들로부터 일정한 질서를 따라 보편적인 지식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베이컨은 귀납을 통해 추구하는 지식의 목표로 본질이 아닌 '형상'을 제시한다. 베이컨이 말하는 형상은 실재론자들이 주장하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물질의 일종이며, 지식의 근거가 되는 법칙이다. 또한 과학이 밝히고자 하는 것이 바로 '형상'이다. 베이컨에 따르면 형상이 발견되는 귀납적 절차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 번째로 형상은 반드시 형상을 따르는 성질이 존재한다. 두 번째로 형상을 따르는 성질이 소멸하면, 형상 또한 반드시 사라진다. 마지막 세 번째는 동일한 형상일지라도, 형상이 지닌 강도와 증감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귀납적 절차의 세 가지 특징이 체계적으로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베이컨은 기존의 삼단논법을 강력하게 부정하며, 근대 철학의 포문을 열고 경험론의 초석을 세운 철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를 완벽하게 경험주의 철학자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지식이 감각과 경험에서 나온고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귀납이라고 주장한 점에서 그를 충분히 경험주의 철학자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기술한 전반적인 내용은 베이컨이 1620년에 집필한 '신기관'이라는 저서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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